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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럼프

by dalkiis 2013. 8. 17.
난 나태란 관성의 문제라고 생각해. 자전거는 올라타서 첫 페달을 밟을 때까지가 제일 힘들지. 컴퓨터 켜기도, 자동차 시동 걸기고,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. 정지 상태에서 벗어나는 모멘텀을 줄 의지가, 머물러 있으려는 관성에 치여버리는 현상. 난 그것이 자네가 말하는 '슬럼프'의 합당한 정의라고 생각해.

그런데 문제는 말이야, 나태한 자신이 싫어진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 게으른 일상에 익숙해져서 그걸 즐기고 있단 말이지. '슬럼프'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, 실은 그걸 즐기고 있단 말이지.

'슬럼프'에서 벗어나고 싶어? '정말로' 원한다면 해결은 생각보다 쉬워. 시점을 짧게 두는 게 포인트야. 그래, 바로 '오늘'해결하면 돼.
늘 '오늘'이 중요해.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, 뭐 이런 차원이 아니야. 그냥 오늘 자전거의 첫 페달을 밟고 그걸로 만족하면 돼. 그런 오늘들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모이거든. 나태가 관성인 것 처럼, 부지런함도 관성이 되거든.

일. 나태를 즐기지마. 은근히 즐기고 있다면 대신 힘들다고 말하지 마.
이. 몸을 움직여. 운동하고, 사람을 만나고, 할 일을 해. 술 먹지 말고, 일찍 자.
삼.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해. 지금 하지 않는다면, 그건 네가 아직도 나태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야. 그럴 거면 더 이상 칭얼대지 마.
사. 아무리 독한 슬럼프 속에서라도, 여전히 너는 너야. 조금 구겨졌다고 만 원이 천 원 되겠어? 자학하지 마, 그 어떤 경우에도, 절,대,로.

그거 알아? 모든 것은 흘러. 지나고 나면 이번 일도 무덤덤해질 거야. 하지만 말야, 그래도 이번 자네의 슬럼프는 좀 짧아지길 바래.


'아프니까 청춘이다' (김난도著) 中